[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일본 지하 아이돌 마쓰모토 하리의 ‘겨드랑이 냄새 맡기’ 팬서비스 논란은 자극적 일탈이 아니라, 저임금·과잉공급·팬 머니 의존 구조가 밀어올린 산업적 필연에 가깝다. 한 달 평균 12만엔(약 110만~120만원)에 불과한 수입을 쪼개 생존해야 하는 아이돌에게, 몸을 내건 극단적 팬서비스는 이미 구조화된 비즈니스 모델의 말단 현상이라는 지적이 일본 안팎에서 이어진다.
‘겨드랑이 냄새 맡으러 갑니다’가 보여준 팬서비스의 끝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본 와카야마현 출신 지하 아이돌 마쓰모토 하리는 최근 공연 직후 팬과의 교류 행사에서 악수·포옹 대신 자신의 겨드랑이 냄새를 맡게 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한 중년 남성이 그녀의 겨드랑이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냄새를 맡은 뒤 포옹을 받는 장면이 담겼고, 일부 팬은 “당신의 향기가 좋다”, “평생 수입을 바치겠다”는 극단적 팬심을 드러냈다.
주요 매체들은 “아이돌이 아니라 성인 유흥 같다”, “선 넘은 팬서비스”라는 비판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선택 아니냐”는 동정적 시선을 병기하며, 해당 사건을 일본 지하 아이돌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해 보도하고 있다.
일본 아이돌 80%가 ‘지하’…월 12만엔의 잔혹한 현실
다큐멘터리 ‘일본 지하 아이돌의 청춘’에 따르면 일본 아이돌 중 약 80%는 방송·대형 광고 시장이 아닌 이른바 ‘지하 아이돌(치카 아이돌)’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하 아이돌은 TV·대형 매체에 거의 등장하지 않고,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의 라이브하우스·소극장·쇼핑몰 행사·길거리 공연 등을 전전하며 팬과의 밀착 접촉으로 인지도를 쌓는 구조다.
경제적 처우는 극도로 열악하다. 일본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약 30만엔(약 1900달러 내외, 한화 약 280만~300만원 수준)으로 제시되는 것과 달리, 지하 아이돌의 월수입은 통상 12만엔(약 110만~120만원) 이하로 알려져 있다. 일부 기획사는 기본급을 아예 지급하지 않거나, 정산을 지연·축소하는 관행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하 아이돌 생태계를 지탱하는 것은 오타쿠 팬의 지갑이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현지 조사에 따르면, 지하 아이돌 팬들은 라이브에 올 때마다 1만~2만엔을 쓰고, 한 달 기준 15만~30만엔을 지출한다는 증언이 다수다. 공연 출연료는 거의 없고, 수입의 핵심은 ‘체키(인스턴트 사진)+대화’ 판매 수익과 각종 특전 이벤트다. 한 장 1500엔짜리 체키를 팔면, 보통 매니지먼트와 7대3으로 나눠 아이돌 몫은 약 450엔 수준이라는 구체적 계산도 공유된다.
‘겨드랑이 팬서비스’의 민낯…한·일 아이돌 산업이 공유하는 그늘
한편 트위터(현 X)에서 자신의 지하 아이돌 시절 수입을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세후 월 48만엔을 번 경우도 있지만, 이는 기본급 8만엔에 각종 라이브·영상물 성과급을 더한 상위권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실질적으로는 다수의 지하 아이돌이 파트타임 노동과 겸업을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일본 지하 아이돌의 ‘겨드랑이 팬서비스’는 단순한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월급, 소수 팬의 과도한 지출에 의존하는 수입 구조, 과잉공급과 순위 경쟁, 이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기획사 관행이 맞물린 결과물이다. 자극적 장면만 소비하는 데 그칠 것인지, 아이돌 산업 전반의 노동·수익 배분 구조를 재설계할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이제 한국과 일본 대중문화 산업 모두에 던져진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