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장중 시가총액 3조9200억 달러(약 5500조원)를 기록하며,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1조6847억 달러)의 2배를 돌파하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이는 뉴욕증시 역사상 최대 시총으로, 지난해 12월 애플이 세운 3조9150억 달러를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엔비디아의 질주, 글로벌 증시 지형을 바꾸다
Yahoo Finance, 블룸버그, 루프 캐피털 등의 보도와 자료에 따르면, 7월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1.33% 오른 159.34달러로 마감했으며, 장중에는 160달러를 돌파해 시총이 3조9200억달러에 도달했다. 마감가 기준 시총도 3조886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폭발적 상승은 AI 인프라 투자 붐과 데이터센터용 GPU 수요 급증이 핵심 동력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매출 441억달러(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391억달러(73% 증가)라는 압도적 성과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88~89%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정도로 AI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
‘AI 반도체 제왕’…GPU 시장 80% 이상 독점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GPU 시장 점유율은 82%,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확대에 앞다퉈 나서면서 엔비디아의 GPU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엔비디아 H100 GPU 35만개가 필요하다”며 ‘폭풍 매수’를 예고한 바 있다.
PER 32~41배…‘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추가 상승 전망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32~41배로, 최근 5년 평균(약 41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S&P500 평균 PER(21~23배)보다는 높지만, 엔비디아의 성장성과 과거 PER(2021년 90배, 2022년 62배, 2023년 65배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의 90%가 ‘매수’ 의견을 내고 있으며, 현재 주가는 평균 목표주가보다 13% 낮은 수준이다.
월가 “1년 내 6조달러, 18개월 내 5조달러” 전망
미국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시총이 올여름 4조달러를 돌파하고, 18개월 내 5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프 캐피털은 목표주가를 250달러로 상향하며, 1년 내 시총 6조달러 돌파 가능성을 제시했다.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AI 채택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엔비디아의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봉쇄’에도 흔들림 없는 성장…로봇·자율주행 등 신시장 진출 가속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동·아시아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붐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젠슨 황 CEO는 “AI 인프라 구축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로봇 분야의 시장도 수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한다.
한국 증시와의 격차, 글로벌 자본의 ‘AI 쏠림’ 경고
엔비디아의 시총이 한국 증시 전체의 2배를 넘어서자, 글로벌 자본이 AI·빅테크에 집중되는 ‘슈퍼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최근 1년간 2.87% 상승에 그쳤으나, 엔비디아는 같은 기간 209.5% 급등했다. 이는 국내 산업 구조와 자본시장의 혁신 역량에 대한 재점검을 요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엔비디아, ‘AI 슈퍼사이클’의 상징…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의 중심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4조달러 돌파는 단순한 기업가치 상승을 넘어, AI 슈퍼사이클이 촉발한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의 신호탄이다.
AI·반도체·데이터센터를 둘러싼 패권 경쟁에서 엔비디아가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음을 상징한다. 국내외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할 전략적 인사이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