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연구소] "당신보다 힘든 사람도 많아요" 우울증 환자에게 상처 TOP10…환자를 더 아프게 하는 말은 위로 아닌 '상황악화'

  • 등록 2025.10.18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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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국내 성인 대상으로 실시된 최근 설문조사에서 “당신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요”라는 말이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 1위로 선정됐다.

 

임상우울증학회는 2025년 9월 16~2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녀 1195명(남성 270명, 여성 925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환자에게 위로 또는 상처가 되는 말’ 조사(PHQ-2 기준)를 진행했으며, 응답자 중 40.8%(488명)가 우울증이 의심되는 집단으로 분류됐다.​

 

해당 집단에 “당신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상처가 된다는 응답은 86.9%로 집계됐는데, 비우울 집단(68.8%)보다 약 18%p 높았다. “너무 예민한 것 같으니,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힘내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하면 나아질 거예요.” 등도 환자군에서 더 높은 상처 반응(79.8%/68.9%/67.1%)을 보였다.

 

같은 표현에 대해 비환자군은 33.2~37.1%에 머물러 확연한 인식 차이를 확인시킨다. 이는 단순한 조언이나 비교, 긍정 강요가 환자에게 부담과 자책, 고립감을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을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대로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1위 당신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요 (77%)

2위 너무 예민한 것 같으니,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68.6%)

3위 괜찮아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해결해 줄 거예요 (51.2%)

4위 힘내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68.9%) [환자군 기준, 비환자군 37.1%]

5위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하면 나아질 거예요 (67.1%) [환자군 기준, 비환자군 33.2%]

6위 마음 좀 강하게 먹어요

7위 다 잘될 거예요. 다들 한 번쯤 겪는 일이에요

8위 나도 힘들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9위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왜 그래?

10위 노력해 봐, 밖에 나가서 움직이기라도 해봐

 

상위 5개 항목은 실제 설문조사 통계 수치 기반이며, 6~10번은 정신건강 전문의와 글로벌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상처 발언으로 등장한 사례를 추가 정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환자 누군가에게는 단순 조언·비교·긍정 강요가 독이 될 수 있음을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는 강조했다.

 

반면, “이야기하고 싶을 때 말해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 죄책감 갖지 마세요”,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도 괜찮아요”, “이 길을 함께 걸을게요”,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에요” 등 공감 및 지지의 언어는 80% 이상이 위로로 받아들였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특히 여성은 “우리는 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어요”, “기분이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할 거예요” 등 공감적 표현에서 남성 대비 평균 점수가 높았고, “혼자가 아니에요” 등 격려성 언어도 여성 집단에서 더 긍정 평가를 받았다. 성별에 따라 위로 표현 수용 방식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했다.​

 

해외 연구에서는 우울증 집단이 임상 인터뷰 등에서 부정적 평가 단어와 부정적 감정 단어 빈도가 더 높다는 것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남녀 간 언어 사용에서는 남성이 더 부정 감정 단어, 자기지칭어 사용 빈도가 크며, 우울증 상태일 때 이 경향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통계적으로 입증되었다(F값, p<0.001 등). 국내 조사결과와 결합하면, 단순한 긍정 동기부여보다는 개별적 상황과 감정 존중, 공감·지지 언어가 우울증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 필수임을 시사한다.​

 

특히 실손보험 등 정신건강 진단 관련 사회적 차별도 존재했다.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뒤 실손보험 가입/보험청구 등에서 불이익 경험은 9.8%에 달했고, 2016년 표준약관 개정 이후에도 가입자(11.9%)가 비가입자(6.7%)보다 높은 차별 경험을 보고했다. 사회적 편견·차별 완화와 맞춤형 소통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서울아산병원 김영식 명예교수는 “언어적 위로의 수용 방식이 성별, 우울증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조건 없는 지지와 공감, 감정 수용이 환자에게 더 크게 힘이 된다”고 밝혔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 환자를 위한 진정한 위로란 조언·비교·긍정 강요보다 ‘진심 어린 공감’과 ‘감정 받아들이기’에 있다"며 "위기와 상처의 순간에, ‘내가 당신 곁에 있다’는 말 한마디가 무엇보다 큰 치유의 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주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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